'서울만 4단계' 가능할까..전문가들 "방역 실효성 없고 부작용 우려"
정부가 8일 서울에 대해서만 새 거리두기 단계 격상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수도권에서도 특히 서울에 대규모 감염이 집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서울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500명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그러나 일일 생활권인 수도권 내에서 특정 지역만 거리두기 조치를 달리 하는 것은 방역적으로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서울의 경우 (8일이) 인구 10만 명당 주간 (확진자) 발생률이 4명을 초과하는 첫번째 날”이라고 밝혔다.
거리두기 개편안 기준에 따르면 3일 이상 주간 확진자 발생률이 4명을 넘을시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해야 한다. 향후 1~2일 사이에 유행 규모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은 적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서울의 거리두기 4단계 기준은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날 기준 수도권 전체 주간 확진자 발생률은 10만명당 2.6명(전체 691.7명) 수준으로 아직 4단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수도권은 원래 감염이 전파되면 전체로 확산되려는 힘이 상당히 강한데 특이하게 현재까지는 서울에 환자발생이 집중돼있다”며 “인천은 심지어 새로운 거리두기 2단계에 해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새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생활권을 고려해 권역별로 함께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서울의 단독 격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봉쇄 조치인 거리두기 4단계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그 적용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리두기 개편안에 따르면 4단계 조치는 전국의 방역 및 의료체계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적용되는 ‘대유행·외출 금지’ 단계로 사적모임은 오후 6시 이전에는 4명, 6시 이후에는 2명으로 제한된다.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행사는 금지된다.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10시 이후 영업할 수 없으며, 클럽과 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은 운영이 중단된다. 스포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되며 종교활동도 비대면으로만 가능하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만 참석이 허용된다. 이같은 조치의 적용 여부는 향후 2~3일간 유행 상황을 지켜본 뒤 이번 주말쯤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도권 내에서 매일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서울만 단독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것은 방역적 관점에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하나의 집단 감염에서 밀접 접촉자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서울 거주자와 경기도 거주자가 함께 나오거나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과 경기도를 방역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내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서울만 방역조치를 강화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서울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면 인접한 경기도나 인천으로 이동량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 방역 조치는 함께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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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