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성장 우려에…이창용 "그게 韓 실력"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1.9%)보다 0.4%p(포인트) 낮은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블로그를 통해 예고한 전망치(1.6~1.7%)보다 더 암울한 수준이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화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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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은은 미국의 관세조치에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며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2025년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전망치보다 0.4%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달 한은이 비공식 중간점검을 통해 올해 성장률이 1.6~1.7%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 것보다도 낮은 성장률 전망치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1.8%)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이 0.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통상압력 움직임 탓이다.
민간소비는 2분기 이후 차츰 회복될 것으로 봤다. '12·3 비상계엄' 등으로 올해 들어서도 심리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2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줄고 금리인하 영향도 나타나며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가 고용 및 심리위축, 가계소득 개선 약화로 이어져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며 올해 민간소비가 지난해(1.1%)보다 소폭 높은 1.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그간의 수주·착공 위축 영향으로 지난해(-2.7%)에 이어 올해(-2.8%)에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올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가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그간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운데 우리가 잠재 성장률보다 크게 홀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라고 했다.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석 달 전 전망에서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기존 전망과 같다. 기준금리는 연 3.00%에서 2.75%로 인하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을 하향한 것과 관련해 “지난 1월에는 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 전망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면서 “1월에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올해 2분기 이후,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세는 내년에 각각 부과될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영향에 대해선 “나중에 추경이 집행되면 성장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올해 1.5% 이상 성장하려면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는 “올해 1.5%의 성장 전망은 상당히 뉴트럴한(중립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모두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를 3개월 내 연 2.7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라며 “나머지 2명은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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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