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한국산 세탁기 관세 폭탄',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 부담 증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콘퍼런스에서 “내가 (한국의) 세탁기와 건조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오하이오주에 있는 그것들의 생산 회사들이 모두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세탁기 같은 제품을 덤핑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하이오주 작은 마을 사람들은 공장 문을 닫을 뻔했다”면서 “이후 우리는 50%, 75%, 심지어 100% 관세까지 부과했고 그들(미국 기업)은 이제 번창하고 있다. 내가 없었다면 다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한국 등 외국 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미국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줬다. (그러나) 그 기업들은 이미 돈이 많다”면서 “그들(기업)에게는 돈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인센티브는 25%, 50%, 심지어 100%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는 제도”라며 세금 면제 정책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또 “아주 가까운 미래에 외국산 반도체,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해 필수 상품 생산이 미국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 자신의 관세 정책 중 '한국 가전업체의 세탁기'를 성공 사례로 들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지역 경제는 근본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했을 뿐더러 소비자들 부담도 증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해외 생산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 경제를 살렸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뉴베리카운티에 있는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을 사례로 들어 이같이 전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세탁기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에는 현재 1,5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매년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의 세수를 얻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공장 노동자 임금은 시간당 16~17달러로, 주 최저임금(7.25달러)의 두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그러나 삼성전자의 미국 내 공장 생산 자체가 지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장이 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탓에 노동자 대다수도 카운티 외부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뉴베리카운티의 연간 고용성장률은 삼성전자의 진출 이후 1.6%를 기록하며 이전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지만, 여전히 주 전체 평균보다는 낮은 상태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미국 소비자 부담은 더 커졌다. WSJ는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해 일자리 1,800개가 만들어졌으나, 세탁기 가격이 2018년 한 해에만 약 12%(86~92달러) 상승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연간 15억 달러 증가했다"며 "일자리 한 개당 80만 달러(약 11억 6,000만 원) 이상 비용이 든다는 얘기"라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집권 1기 치적'으로 관세 부과 결정을 내세우면서 한국산 세탁기를 그 사례로 언급했다. 당시 그는 "내가 (1기 행정부 당시) 세탁기와 건조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오하이오에 있는 회사들은 모두 망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세탁기 등을 덤핑(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우리는 관세를 50%에서 시작해 75%, 100%까지 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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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