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동해선 도로까지 폭파…북 '두 국가관계' 작업 정점

북한은 15일 군사분계선(MDL) 바로 앞에서 폭약(TNT)을 터뜨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파괴했다. 그간 북한이 진행해 온 ‘두 국가관계’ 작업이 정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경의선 도로 폭파 장면.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모두 MDL에서 약 10m 떨어진 지점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그 너머에서 폭파를 감행했다. 폭이 20m 정도인 두 도로에서 경의선은 70m, 동해선은 그보다 약간 짧은 길이에 걸쳐 폭약을 설치했다. 북한은 두 도로에 구덩이 수십 개를 각각 파고, 그 안에 TNT 수십㎏를 넣어 터뜨렸다. 합참 관계자는 “도로의 아스팔트를 걷어낼 목적으로 볼 때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보여주기 쇼’라는 얘기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이 지난 10일부터 도로 폭파를 위한 작업을 진행할 때 도로 전체를 폭약으로 뒤덮어 완전히 없애버리는 수준의 폭파로 예상했다. 그러나 도로 중간중간 부분을 폭약으로 깨고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으로 파편을 걷어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폭파 준비 작업 당시 경의선과 동해선에 각 100여 명이 투입됐는데, 전동 드릴 등 장비 없이 곡괭이로 찍고 삽으로 퍼내는 식으로 작업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모두 철도로 먼저 연결됐다. 경의선은 서울에서 시작해 북한의 개성·평양을 지나 신의주에 이르는 총연장 499km의 철도로, 러·일 전쟁 중이던 일본이 군수용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1906년 처음 개통했다. 동해선은 강원도 양양에서부터 원산시 금강산을 잇는 총연장 180km의 철도로 1937년 개통됐다.

이후 2000년대 '남북 협력의 시대'가 열리며 차가 통행할 수 있는 도로까지 건설됐고, 한동안 남북 간 화해와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경의선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다. 도중에 차에서 내려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의선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물자가 북한을 오가던 유일한 통로로,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경로로 활용됐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2016년 개성공단 폐쇄·2020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냉온탕을 오갔던 남북관계 역사 속에서 풍파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간헐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때마다 남북 간 육로는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2018년 시작된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북한의 핵무장 추진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면서 되돌리기 쉽지 않은 단절을 맞이하게 됐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단계적으로 남북 간 육로를 단절하는 조치를 연달아 취했다.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주변 지뢰 매설을 시작으로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건물 철거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북한 영역에 있는 도로와 철도라고 해도 한국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정부에 따르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 3290만 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 1800억원에 달한다.


북한은 도로를 파괴한 자리에 새로운 방벽을 설치하는 등 이른바 ‘요새화’ 작업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의선 도로는 2004년 남북 간 연결 공사가 완료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사실상 왕래가 끊겼다. 동해선은 강원도 고성과 북한 금강산을 연결하는 도로로 2005년 개통됐다. 금강산행 관광버스가 오가고 이따금 대북 지원물자 수송에 이용됐지만 최근 수년간 이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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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