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한국이 무슨 국적 있었나”…‘사과’ 대신 ‘막말’ 추가한 김문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각종 논란만 남긴 채 결국 파행됐다. 정책 검증 대신 후보자에 대한 역사‧노동관과 과거 막말 논란을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펼치면서다. 여기에 김문수 후보자도 막말 논란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것은 물론, "일제시대 때 한국이 무슨 국적이 있었나" "세월호 (추모는) 과하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추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6일 오전부터 진행한 김 후보자의 청문회는 약 13시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결국 여야는 치열한 공방에 이어 정회‧속개 과정을 반복하다 밤 11시30분경 최종 산회했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문제성 발언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이 과거 논란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19년이라는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다" 발언에 대해 지금도 똑같이 생각하는지 묻자, 김 후보자가 "일제시대 때 한국이 무슨 국적이 있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라며 당시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이 "그러면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국적이 일본이냐"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나라를 다 빼앗겨서 일본으로 강제로 다 편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일제시대 때 국적이 한국이냐. 상식적인 얘기를 해야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면서 "아무리 인사청문회지만 일제시대 때 무슨 한국이 국적이 있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나"라고 강조했다.

청문회는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여야가 여러 차례 맞부딪히면서 정회를 반복했다.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후보자가 보인 발언, 행동들이 일반인 상식을 많이 벗어난다"며 의료기록 제출을 요구했는데, 여당 의원들이 "정신병력 조회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맞서며 고성이 오갔다.

청문회는 "일제시대 때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한국) 국적이 있느냐"는 김 후보자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파행했다. 김 후보자 발언은 '일제시대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었냐'는 야당 의원을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여야와 진보, 보수를 떠나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고, 같은 당 이학영 의원도 "어떻게 국무위원으로 인정할 수 있겠냐"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후보자가 아마도 국적을 부인하거나, 선조를 부인해서 드린 말씀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여야 의원 모두 정회를 요청하면서 약 1시간 30분간 회의가 멈췄지만, 속개 후 곧바로 종료됐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김 후보자는) 국회를 언제든 선동과 폭력으로 짓밟을 수 있다고 믿는 헌법과 민주주의의 파괴자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궤도에서 이탈한 인물"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2019년 12월 보수단체의 국회 본청 진입 시도 당시 퇴거를 요청한 경찰에게 김 후보자가 "뒤로 물러가라. 누가 이기는지 보자" "내가 국회의원을 여러 번이나 했는데 직권남용"이라며 반발한 점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후보자는 (자신의 논란성 발언 등에) 21차례 유감을 표명하고, 18차례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가해자의 전형적인 2차 가해 멘트"라면서 "3차 가해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도지사를 관두고 뱉어 놓은 말들이 너무 많다"면서 "과거의 발언들이 없었으면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후보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젊은 시절 뜨겁게 노동 운동에 매진했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대부분 기간을 환노위에서 활동했다"며 "말씀 중에는 우려가 되는 것들도 있지만, 행동에는 전혀 부끄러움 없게 살아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은 김 후보자의 노동운동 시절, 초선 의원 시절 일화 등을 예로 들며 "재야에 있을 때 표현의 일부만 가지고 김 후보자의 모든 것을 다 재단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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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