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대출 어떡해?” 강화되는 대출 규제에 소비자도 은행도 ‘비상’


“살던 집이 겨우 나가 갈아타기 성공했는데, 9월까지 안 팔렸음 어쩔 뻔 했어요” 40대 회사원 A씨는 20일 이사 갈 아파트 잔금을 치르고 안도했다. 살던 집을 연초부터 내놨는데 수개월 지나서 집이 팔려 이사하게 된 ‘타이밍’이 아니었으면, 대출 받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짐작에서다. 실제 9월부턴 스트레스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작돼, 서울에 사는 외벌이 가장인 그가 다음달에 대출을 받았다면 한도가 수천만원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빚을 누르기 위해 규제 카드를 쓰면서 소비자는 물론, 은행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다음달 시행되는 스트레스DSR 2단계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비수도권보다 가산금리를 높이자,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막차수요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동시에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부채 잔액을 줄이라’는 특명을 받은 은행들은 조금이라도 신규대출을 줄일 수 있는 ‘묘수’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 강화를 들고나온 것은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를 중심으로 가계빚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로 투기 수요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출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미 불붙은 아파트값 매수 심리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번 조처로 이른 시일 내 집값 불안과 가계빚 증가가 잡힐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가 20일 발표한 대출 규제의 핵심은 대출 한도 축소다. 특히 담보물이 수도권에 있을 때 한도 축소폭이 더 크다. 구체적으로 연소득 5천만원인 사람이 수도권에서 집을 사기 위해 변동금리형(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이자 4.5% 가정) 주담대를 받는다고 할 때, 현재는 3억1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다음달부턴 2억8700만원만 빌릴 수 있다. 한도가 2800만원 줄어든 것이다. 비수도권 주택을 매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3억200만원이다. 다만 혼합형·주기형 등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땐 이보다 한도를 좀 더 받을 수 있다. 고정금리형 상품은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부실 위험이 적기 때문에 다소간 우대를 해주기 때문이다. 한도를 채우고도 자금이 부족하다면 더 높은 이자를 물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메울 수 있다.


당장 오는 9월 1일부터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비수도권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반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역) 주담대에 대해서는 그보다 높은 1.2%포인트가 부가된다. DSR 산정시 더 높은 가산 금리가 적용될수록 차주의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 집값 억제를 위한 규제로 풀이된다.

또 현재는 적용 대상이 아닌 보금자리론·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중도금·이주비대출, 그리고 전세대출까지 DSR 대상에 포함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처 중 수도권을 겨냥한 대출 강화책은 예고된 사안이 아니었다. 최근 수개월간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가계빚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가 급히 꺼내든 응급 처방이란 뜻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을 내세워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 대출을 늘려오다 가계빚 폭증과 주택시장 불안을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실제 올해 2분기(4~6월) 3개월 동안 늘어난 가계빚만 13조원에 이르며 주담대는 이보다 많은 16조원이 불어났다.

이번 조처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부동산 상승세를 타고 서울 아파트 구입을 위해 과도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등은 위축될 공산이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추가 규제와 예고됐던 제2금융권 주담대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