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거는데 가만 있나"… 일선 검사들 "탄핵=직권남용죄" 강경론

이원석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 △직권남용 △명예훼손 △무고 등 구체적 죄명을 언급하면서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현직 검찰총장이 수사 착수도 안 된 사건에서 죄명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곁들인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 이를 두고 야당의 탄핵 시도를 검찰이 수사로 대응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총장은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헌법·법률을 위반하고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법률가로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그외에도 여러 법률적 문제가 많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탄핵이) 징계처분에 해당한다면 무고에 해당한다는 법률적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실제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이에 대해 고소·고발이 뒤따르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출석 요구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탄핵소추가 자신 있고 당당하다면 바로 탄핵소추를 의결하지 않았겠나. 저는 민주당 안에서도 이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서 탄핵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검찰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첫째로, 지금껏 해오던 대로 기존의 수사와 재판을 오로지 법과 원칙대로 수행해서 죄지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처벌이 뒤따른다는 원칙 지키겠다. 두 번째로, 헌재에서 심판이 이뤄진다면 이 탄핵이 위헌적이고 위법하고 보복이고 방탄이고 사법방해라는 것을 헌법재판을 통해 명백히 밝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현직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후 이 총장의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총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4일에는 대검찰청 간부 등이 참석하는 월례회의에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비판했다. 이 총장 뿐만 아니라 검사들은 내부망(이프로스)에 글과 댓글을 올리며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검사들의 반발이 정치적이라는 시각에 대해 이 총장은 “침묵하고 가만 있으라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제가 여기 남아 임기를 지키고 남아있는 이유는 일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 우리 법 앞에 성역도, 예외도, 특혜도 없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총장의 발언은 검찰 내부에서 들끓는 '강경대응' 여론에 불씨를 댕겼다. 국회의원이 헌법에 규정된 권한(탄핵소추)을 행사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검사들 사이에서 "말을 아껴야 한다"는 신중론은 드물었다. 그보다는 "직권남용 수사는 정해진 수순"이라거나 "고발장이 들어오면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는 강경 의견이 많았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수사했다는 이유로 실무 검사까지 탄핵하며 몰아붙인 것은 민주당"이라며 "전쟁을 걸어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 때와 비교하면 180도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해당 검사들의 개인비위(고발사주, 처남 사건 특혜 등)가 있었지만, 이번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엄희준·박상용)은 모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에 관여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탄핵소추 시도를 직권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많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 해당 검사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는 △직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권한을 남용해 △검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기에, 직권남용 구성 요건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이재명 이화영 재판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 탄핵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알 만큼 명백하다"며 "판례상 직권남용 요건인 '부당한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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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