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野 힘자랑, 尹 거부권 명분..제2당 법사위원장 관례”

대통령실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 최초로 전날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것을 비판했다. 독단적인 국회 운영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명분만 공고해진다는 경고이다. 이와 함께 원내 제2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건 오랜 관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 조지연(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거부권 자제 요청을 받자 “윤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재의요구권을 권한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책무에 해당한다는 인식”이라며 “그래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거쳐 합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관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 시절 주도해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확립한 소중한 국회 운영의 전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어렵사리 확립한 국회의 관례와 전통은 어떤 면에서는 국회법보다 더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우 의장이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선출을 용인하며 국회법을 준수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것을 꼬집은 것이기도 하다.

우 의장은 전날 본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지금까지 헌정사상 국회법에 맞춰서 상임위를 구성한 게 처음인데, 국회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오늘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동안 우리가 가벼이 여기던 국회법을 지키기 시작한 날로 기억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제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의원 등 총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가져가게 됐다.

'제1당 국회의장·2당 법사위원장' 관례뿐 아니라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야당이 독식한 것도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원 구성 단계부터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됐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명분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해 넘어온 법안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처럼 계속 민주당이 의석수로 정부·여당을 눌러 앉히려고 한다면 거부권 행사 책임은 야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우 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로서 재의요구권을 권한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책무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여야 합의가 없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는 필요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본분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전세사기특별법 등 4개 법안을 재의요구 한 것을 포함해 14개 법안을 대상으로 7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직무유기였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국회 관례에 따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만큼,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사위의 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관례를 따르는 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막판 협상에서 법사위원장만은 내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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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