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선언했다 "국회의장에 우원식"…국민의힘 빠진 '반쪽 첫 본회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서울 노원갑)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공식 당선됐다. 투표와 개표는 경쟁자였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사회로 이뤄졌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총투표수 192표 중 189표로 우 의원을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은 무기명투표로 뽑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우 신임 의장은 '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한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된다.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 국회의장에 선출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 주도의 개원 강행에 반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22대 국회 첫 집회일인 오늘 이 자리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으로 진행되고 있다. 거대 야당이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우 신임 의장은 지난달 17일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6선 추미애 의원을 꺾고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됐다.

우 신임 의장은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오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서울 노원에서 제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19대부터 22대까지 내리 당선돼 5선 고지에 올랐다. 사회의 '을'(乙)들이 겪는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한 기구인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초대 위원장을 역임하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우 신임 의장은 5일 국회의장에 선출된 이후 "22대 국회가 민생과 개혁의 위기, 신뢰의 위기, 입법권의 위기, 국민의 삶의 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했다"며 "국민의 삶의 현장에서 국민과 손을 잡는 국회,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14건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메시지도 냈다. 우 신임 의장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대통령의 헌법 책무를 제약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해치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헌법을 이탈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우 신임 의장은 7일까지 원 구성을 위한 상임위 선임안을 제출하라고 여야에 요청했다. 7일은 국회법에서 정한 원 구성 시한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적 시한은 강행규정은 아니라며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원 구성이 이루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받들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원 구성을 늦출 수 없다고 재차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5일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해 열린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본회의를 민주당 의원총회로 전락시켰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의사일정 강행을 규탄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여야가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협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게 견제와 균형의 의회민주주의"라며 "여러분께서 국회법을 살펴보고 자유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에 함께 대응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과 관련 "21대 국회 말에는 그나마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여야가 협상을 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었다"며 "대한민국은 팬덤정치의 폐해로 인한 심각한 의회정치의 붕괴를 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자기편만 바라보는 나쁜 정치,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고 일방적으로 폭주하는 정치로 국민들로부터 정치권 전체가 외면받을 수 있다"며 "민주당은 더 편하게 독주하겠다는 발상을 접고 22대 국회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게 함께해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김기현 전 대표도 "과거에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DJ 정신에 따라 여야 협의가 이뤄지면서 상임위원장 배분이 이뤄졌다"며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 자리를 여야가 나눠 갖는 건 확립된 관습법이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아닌 당이 맡은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이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4월 총선 민의를 받드는 길은 일하는 국회가 되는 것이라며, 국회법에서 정한 시한에 원 구성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제대로 국회 구성을 해서 민의를 받들고 가장 어려운 민생회복에 앞장서야 한다"며 "이번 22대 국회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우 의장과 만나 "국회법에 따라 기한 내 원구성을 하고 일하는 국회를 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고 책무"라며 "기한 내 원구성이 안 되면 국회가 공전하고 국민의 분노가 국회로 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추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라며 "현충일 추모 행사장에서 (추 원내대표 등을) 만나니까 지체 없이 빨리 원구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에 "7일 자정까지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상임위원회 선임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현충일 행사 이후인 6일 오후 여야 원대대표를 만나 원 구성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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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