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위기인데...연예인 불러 축제 연 전삼노

노동조합이 잇달아 대규모 쟁의 행위에 나서며 삼성전자(005930)의 '노조 리스크'가 재부상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수장 전격 교체 등으로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DS) 부문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업계 안팎에서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사진은 단체 행동에 참여한 전삼노 노조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4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 형태의 문화행사 '5.24 가자! 서초로!'를 열었다. 전삼노의 영어 약자인 NSEU가 쓰인 검은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조합원 약 2000명이 모였다.

전삼노의 두 번째 쟁의 행위로 문화 공연을 앞세운 게 특징이다. 첫 번째 쟁의는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가진 집회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인기를 끄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을 비롯해 가수 에일리와 YB 등이 출연했다. 쟁의 행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노조 협상과 별개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결정했다. 전삼노는 이에 반발하며 6.5%의 임금 인상과 유급 휴가 1일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노조의 이번 쟁의 행위를 두고 불만도 나온다. 연예인 공연에 이목이 쏠려 노조의 쟁의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행사 비용을 조합비로 충당하면 오히려 '귀족 노조'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DS 부문이 지난해 15조 원의 적자를 내며 최악의 시기를 보낸 만큼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삼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5.24 가자!, 서초로!'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앞서 지난달 17일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대규모 집회 이후 두번째다.

이날 집회에서 전삼노는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조와의 입금 협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 △실질적인 휴가 개선 등을 주장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정현호 부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삼성은 과거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 등으로 이어진 그룹 컨트롤타워를 운영했다. 하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 3개의 TF를 운영하고 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서초 사옥에 이렇게 모인 이유는 회사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업지원TF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 부회장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성전자 직원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회사와의 교섭도 서초의 결정으로 재충전 휴가 논의 가 전면 중단됐다"며 "아무 권한도 없는 직원들만 방패막이로 내세우지 말고 정 부회장이 직접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손 위원장은 "우리가 회사에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건 아니다"며 "임금 인상 몇 %를 더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고 피땀 흘린 노동 대가를 공정하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성과급을 받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올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날 것이라고 전망되는데, 사측은 경제적 부가가치(EVA)기준으로 성과급 0% 지급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며 안팎으로 소란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세계 2위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여의치 않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였던 퀄컴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DS 부문이 5분기만에 적자를 탈출했지만, 지난해 쌓였던 15조 원의 적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노조도 한발 양보해 핵심 사업인 반도체의 비상 상황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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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